흙과 꽃, 그리고 비명 없는 애도: 중동 전쟁 반대 부산시민예술행동

성백 작가의 퍼포먼스 ‘메신저-야만의 시대로부터 회귀’ 행사 시작 알려

지역 종교계, 시민단체, 예술단체 한목소리

4월 21일 부산경찰청 앞에서 부산미술인과 시민단체 '겨레하나'의 주최로 ‘좌표가 아니라 사람입니다’ 반전예술행동이 진행되었다. 이번 행사는 AI 기술이 인간의 생명을 데이터와 좌표로 치환하는 현대 전쟁의 비정함을 고발하고, 중동 전쟁으로 희생된 이란 소녀들과 어린 생명들을 추모하기 위해 마련된 행사였다.

 

12시 정각 부산경찰청 앞, 전쟁의 잔혹한 좌표 위에 성백 작가의 묵직한 예술적 언어가 놓였다. 성백 작가는 맨발과 검은 옷을 입고 무대 중앙에 섰다. 그곳에는 이란의 학교에서 희생된 168명의 어린아이들을 상징하는 작은 흰 신발이 놓으며 퍼포먼스는 시작되었다.

퍼포먼스 중인 성백 작가 / 사진 이인우


 

성백의 ‘메신저’가 집전하는 제의적 행위

 아스팔트는 차가운 알고리즘이 지배하는 전장(戰場) 이자, 동시에 잃어버린 생명의 이름을 불러내는 숭고한 제단으로 변모했다. 성백 작가는 이곳에서 맨발과 검은 옷이라는 원초적인 차림으로 서서, 현대 전쟁이 자행하는 ‘좌표의 폭력’에 맞선 예술적 저항을 단행했다. 그의 퍼포먼스 ‘메신저-야만의 시대로부터 회귀’는 단순한 고발을 넘어, 야만의 시대를 관통하여 자연의 순리로 회귀하고자 하는 매개자의 주술이었다.

퍼포먼스 중인 성백 작가 / 사진 이인우

부재의 기호, 흙으로 되살아나는 실존

성백 작가의 퍼포먼스는 비어있는 신발에 흙을 채우고, 그 위에 작은 흰 국화를 헌화하는 행위로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신발은 아이의 실존을 증명하는 가장 일차적인 사물이자, 이제는 주인을 잃은 ‘침묵의 기록’이었다. 작가는 신발에 흙을 채우며 돌아오지 못할 생명의 무게를 대지에 되돌려주며, 희생된 아이들을 위해 가장 순수한 애도의 꽃을 올렸다. 차갑고 딱딱한 현대의 기술이 '좌표'로 환원한 생명을, 작가는 지극히 원초적인 ‘흙’과 ‘꽃’으로 치환하며 생명력을 부여하는 순간이었다.

폭탄의 좌표를 의미한는 원형 중앙에 놓인 작고 흰 신발은 이란의 초등학교에서 미군 폭탄 테러로 비참하게 죽임을 당한 168명의 아이들을 소환하는 미학적 오브제이다. 작가는 비어있는 신발에 흙을 채우고 그 위에 작고 흰 국화꽃을 놓는 행위를 통해."기계적인 현대 사회가 '단순한 숫자'로 취급하며 죽여버린 소중한 아이들을, 따뜻한 흙의 품으로 다시 불러오는 회복의 의식을 진행하였다. 

퍼포먼스 중인 성백 작가 / 사진 이인우

체화된 고통과 정화의 제의(祭儀)

성백의 퍼포먼스에서 가장 강렬한 미학적 정점은 작가가 대지의 흙을 입에 머금고 고통스럽게 토해내는 행위에서 폭발한다. 이는 타자의 비극을 방관해온 현대인의 원죄에 대한 사죄이자, 무고한 생명을 삼킨 이 시대의 야만성을 자신의 육체 안에 직접 수용하고 정화하려는 영매적 몸짓이다. 작가는 흙을 삼킴으로써 비극을 내면화하고, 다시 그것을 토해냄으로써 죽음의 독성을 배설한다.

이어지는 행위는 더욱 심오한 회귀의 의미를 담는다. 흙을 토해낸 자리에 물을 마시고 다시 뿌리는 행위는 전쟁의 광기가 서린 땅을 씻어내고 생명력을 틔우는 정화의 의식이다. 흙(대지)과 물(생명)이 만나는 이 지점에서 작가는 인위적인 파괴가 멈춘 곳, 즉 모든 생명이 평등하게 공존하는 근원적 공간으로서의 ‘자연’을 제시한다. 이는 인간의 오만이 만들어낸 좌표의 세계를 해체하고, 다시 생명의 순환 질서 속으로 귀환하려는 ‘생태적 메신저’의 선언이다.

퍼포먼스 중인 성백 작가 / 사진 이인우

이름 없는 죽음, 숫자를 해체하는 목소리

퍼포먼스의 마지막 순간, 작가는 170여 명의 희생자를 낸 참사를 보도한 언론 기사들의 기사 헤드라인을 낭독했다. 통계와 데이터로 치환된 아이들의 죽음을 다시 인간의 목소리로 호명하며, 작가는 차가운 알고리즘이 지배하는 이 시대를 향해 날카로운 질문을 던졌다. 동시에 메신저로서 '기록자'와 '증언자'의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다., 작가가 낭독한 170여 명의 희생자들을 보도한 기사들의 헤드라인은 데이터 속에 유령처럼 떠돌던 죽음을 살아있는 인간의 목소리로 지상에 정착시킨다. 이는 작가가 오랫동안 견지해온 ‘기록과 증언’이라는 아카이빙 정신의 발현이다. 그는 휘발되기 쉬운 비극적 뉴스를 예술적 현장성으로 고착시키며, 숫자가 아닌 ‘사람’임을 선포했다.

성백의 이번 퍼포먼스는 알고리즘이 윤리를 대체해버린 기술 전체주의 시대에, 예술이 어떻게 생명의 존엄을 수호하는 마지막 보루가 될 수 있는지를 신체 언어로 표현했다. 맨발로 무대 위에 선 작가의 발끝에서 시작된 이 퍼포먼스는, 전쟁의 포성이 멈추지 않는 야만의 시대에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가장 인간적인 윤리가 무엇인지 증명해 보였다. 성백 작가의 이번 예술행동은 관객들에게 비극을 지켜보는 방관자를 넘어, 고통을 함께 짊어지고 생명의 근원을 성찰하는 ‘애도의 주체’가 될 것을 요청하는 행위였다.

그는 퍼포먼스를 마무리하며 죽음을 강요한 자와 죽임을 당한 자 모두가 결국 돌아가야 할 곳은 대지라는 사실을 이야기한다. 작가는 인간이 만든 야만이 대지의 품 안에서 썩고 부패하는 과정을 거쳐, 다시 흙이 되고 풀이되며 마침내 꽃으로 피어나는 생명 순환의 진리를 퍼포먼스라는 신체언어로 전달했다.

 

현장에는 불교계 실천승가회 상임대표 정산스님을 비롯해 개신교, 성공회 등 종교계 인사들이 대거 참여하여 종교를 초월한 평화의 연대를 보여주었습니다. 정산스님은 발원문을 통해 전쟁으로 무너진 교육 현장과 어린 영혼들의 고통을 애도하며, 지혜와 자비의 빛으로 전쟁의 업장이 소멸하기를 기원했다.

행사는 희생된 소녀들을 상징하는 백색 영정 설치와 성백작가의 퍼포먼스를 시작으로, 시 낭송, 평화 노래 등으로 이어졌다. 참석자들은 "좌표가 아니라 사람이다"라는 구호를 제창하며 기술이 생명을 재단할 수 없음을 천명하고, 헌화를 통해 야만의 시대를 극복하는 '애도'의 가치를 시민들과 공유했다.

행사 후 단체 기념사진
작성 2026.04.23 14:21 수정 2026.04.23 17:13

RSS피드 기사제공처 : 얼리어답터뉴스 - 얼리어답터신문 / 등록기자: 박진경 무단 전재 및 재배포금지

해당기사의 문의는 기사제공처에게 문의

댓글 0개 (1/1 페이지)
댓글등록- 개인정보를 유출하는 글의 게시를 삼가주세요.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Shorts NEWS 더보기
ai365news
좋은 사람들과 함께하면 세상이 달라집니다 #좋은사람 #행복나눔 #사랑나눔..
AI 매칭엔진 도입 2026 충청권 ICT 취업박람회 개최
국회 조형물 거장 정보원 작가, 50년 베일 벗는다...성북서 역대급 전..
반도체 끝났다고? 모건스탠리가 폭로한 하반기 주식 대이동 시그널
'제2회 전국 우리소리 경창대회' 종로에서 화려한 개막
자연의 모든 것이 대립과 조화로 움직인다고 보았기때문. 짝수는 균형과 안..
보양식을 먹어야 하는 날~。#jejuolletrail #ssicho
박상돈 교수의 좌충우돌 성경신학[19]
웨스트민스터 소요리문답으로 읽는 현대 사회(100)
경기도 토지거래허가구역 실거주·경작 사후조사 착수 | 부동산 투기 철퇴 ..
단 하나의 빛이 세상을 바꿨습니다 #선한영향력 #CCBS #칭찬위원연합회..
당 고종이 신라를 공격하려 한다는 군사정보를 신라 문무왕에게 급히 알리..
허동보의 일히일비(19) - 가려 먹는다고 큰 일이 나진 않아요
웨스트민스터 소요리문답으로 읽는 현대 사회(99)
사랑이 세상을 하나로 만드는 순간 #사랑나눔축제 #칭찬위원연합회 #사랑으..
매듭은 지었지만, 자리는 지킵니다 | 계약해제 수용하라, 현대건설 결단하..
결단이 곧 계약해제 수용입니다 | 현대건설 결단하라, 계약해제 수용하라
행복한 한 주 보내세요 ~ 。#ssicho
광교신도시 A17블록 지분적립형 아파트 청년·신생아 특별공급 전격 신설
칭찬 한마디가 한 사람의 인생을 바꿉니다 #칭찬합시다 #사랑나눔축제 #칭..
카보베르데의 꿈! 인구60만, 작은섬나라!
창덕궁 후뭔에 있는 관람정, 존덕정이나 승재정 방향에서 보면 두 발로 물..
반야탕(般若湯)。낙조가 아름다운 도비산에서 바라보는 천수만, 오랫만에 올..
2026 용인 생활관광 미션투어 스탬프 투어: 여행하고 온누리상품권·투어..
좋은 사람 한 명이 세상을 바꿉니다 #사랑나눔축제 #선한영향력 #칭찬위원..
현대차그룹, 영남에 42조 폭탄 투하 AI 모빌리티 우주 에너지 선점 나..
삼성, 60조 폭탄투자로 영남을 '피지컬 AI 거점' 삼아 20만 일자리..
유튜브 NEWS 더보기

나경원 국민의힘 국회의원 초청토론회

박상돈 교수의 좌충우돌 성경신학[19] - 이스라엘 3대 절기와 그 의미

두려움을 신뢰로 바꾸는 관계의 언어학 - 웨스트민스터 소요리문답으로 읽는 현대 사회(100)

상리종합사회복지관 사회보장특구사업 상리마을 주민리더 도쿄탐방기

봄 (Feat.황정호)

흩어진 말들을 모아 하나의 질서로 세우는 법 - 웨스트민스터 소요리문답으로 읽는 현대 사회(99)

[50 Movements] #9 쇼스타코비치 왈츠 2번 | 리처드 용재 오닐 & 디토 오케스트라 | Shos...

병원 광고비, 어디서 새고 있습니까? 팀퍼포먼스 정용훈 대표가 말하는 AI 병원 마케팅

믿음의 선배들(8) - 타협을 모르는 순교자, 로마의 히폴리투스

개인vs법인사업자 장단점과 법인전환 절세방법(feat. 가족법인과 영업권으로 절세하기)

박상돈 교수의 좌충우돌 성경신학[18] - 사라진 열 지파, 흔적 찾기

웨스트민스터 소요리문답으로 읽는 현대 사회(98) 욕망의 수렁에서 건져 올린 영혼의 정교한 매뉴얼

#쏠롱구스노래들024 #SOS024 #광야 #Wilderness #정원진 #solongus #CCM #car...

HAUSER - Oblivion (Piazzolla)

칭찬사랑나눔 칭찬합시다축제시작된다. #칭찬문화

은혜와 감동이 물결치는 찬양 - 삼일노회 수련회

믿음의 선배들(7) - 열정의 신학자, 알렉산드리아의 오리게네스

박상돈 교수의 좌충우돌 성경신학[17] - 피 터지는 성전논쟁, 그 시작은?

캔바는 디자이너의 업무를 어떻게 바꾸었을까? l Canva 팝업 행사 디자인 과정 공개

내면의 깊은 성찰과 거룩한 감사 - 웨스트민스터 소요리문답으로 읽는 현대 사회(9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