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대륙, 두 개의 얼굴.

장현식이사장 (패밀리 코이카 행복나눔 이사장)
한쪽에는 기아와 빈곤, 영양실조에 시달리는 아이가 있고, 다른 한쪽에는 코이카 조끼를 입은 한국인과 정장을 갖춰
입은 르완다 . 관료들이 나란히 서서 기술훈련센터 개소식 테이프를 자르고 있습니다. "아프리카의 두 얼굴"이라는
이 대비되는 두 장의 사진은, 국제개발협력이 왜 존재하는지를 그 어떤 통계보다 강렬하게 말해줍니다. 패밀리코이카
행복나눔 이사장이자 전 코이카(KOICA) 전략기획이사인 장현식 씨의 강연 자료를 바탕으로, 지금
왜 ODA(공적개발원조)가 '기업의 새로운 기회'로 떠오르고 있는지 정리해봅니다.

장현식이사장 (패밀리 코이카 행복나눔 이사장)
빈곤을 보는 세 가지 시선
빈곤은 단순히 "돈이 없는 상태"가 아닙니다. 강연 자료는 빈곤을 세 가지 관점으로 나눠 설명합니다.
첫째는 소득빈곤(Income Poverty) 관점으로, 측정이 쉬워 가장 널리 쓰이지만 사회적 소외나 환경파괴
같은 질적 측면은 놓칩니다.
둘째는 기본욕구(Basic Needs) 관점으로, 보건·교육·필수서비스가 결핍된 상태를 봅니다.
셋째는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아마르티아 센(Amartya Sen)이 제시한 역량(Capacity) 관점으로, 빈곤을
"자신과 타인이 인정하는 가치 있는 삶을 영위할 기회의 박탈", 즉 '자유의 박탈(unfreedom)'로 규정합니다.
센은 저서 『자유로서의 발전 (Development as Freedom)』에서 개발이란 결국 "인간의 자유 증진을 가로막는
요소를 제거해 나가는 과정"이라고 말합니다.
그래서 요즘은 GDP 순위와 실제 삶의 질 순위가 크게 엇갈립니다. 명목 GDP 세계 3위인 일본은
인간개발지수(HDI)에서 19위에 머무는 반면, GDP 순위가 훨씬 낮은 노르웨이·아일랜드·스위스가
HDI 1~3위를 차지합니다.
"얼마나 버는가"보다 "얼마나 잘 사는가"가 진짜 개발의 척도라는 뜻입니다.
MDGs에서 SDGs로 — 국제사회의 20년 약속
2000년, 국제사회는 절대빈곤 퇴치를 목표로 한 새천년개발목표(MDGs)를 채택했습니다. 2015년 이 목표가
마무리되자 곧바로 더 확장된 지속가능개발목표(SDGs, 2015~2030)가 뒤를 이었습니다. 빈곤 종식부터 기후행동,
양질의 일자리까지 17개 목표로 짜인 이 프레임워크는 지금 전 세계 개발협력 사업의 공통 언어가 되어 있습니다.
ODA, 그 돈은 다 어디서 오는가
개발재원은 크게 양허성 자금과 비양허성 자금으로 나뉩니다. 양허성 안에는 국가가 직접 지원하는
공적개발원조(ODA)와 민간증여가 있고, 이 ODA는 다시 국가 대 국가로 이뤄지는 양자원조와 국제기구를 통한
다자원조로 갈립니다.
OECD는 ODA를 "국가·지자체·공공기관이 개발도상국의 경제발전과 복지증진을 위해 공여하는 각종 지원"으로 정의하며,
차관의 경우 소득그룹별로 최소 증여율(최빈국 45% 이상 등)을 요구합니다. 이 원조가 왜 필요한가에 대해서는 네 가지
동기가 제시됩니다. 절대빈곤 해소라는 도덕적 의무(인도주의), 국제사회에서의 영향력 확보(국가안보·외교), 자국 기업의
해외진출 발판(경제적 동기), 그리고 기후변화·질병처럼 국경을 넘는 문제에 함께 대응해야 한다는 상호이익론입니다.
특히 경제적 동기 항목에서 "원조를 통해 공여국의 제품 수출 및 기업 진출, 자원확보 등 자국의 경제 이익을 확보한다"는
대목은, ODA가 순수한 자선이 아니라 국가 차원의 해외진출 전략이기도 하다는 사실을 분명히 보여줍니다.
숫자로 보는 한국의 위치 — 아직 갈 길이 멀다
DAC(OECD 개발원조위원회) 회원국의 ODA 총액은 1960년 약 400억 달러에서 2020년 1,571억 달러로 4배 가까이 커졌고,
이 중 75%를 G7 국가가 부담합니다. 최대 공여국인 미국은 350.71억 달러를 지원했지만, ODA/GNI 비율로는 0.17%에
그쳐 25위에 머뭅니다. 한국은 어떨까요? ODA 총액 22.51억 달러로 DAC 회원국 중 15위, GNI 대비 비율은 0.14%로
28위입니다. UN 권고 수치인 0.7%에는 한참 못 미치고, 이를 이미 달성한 스웨덴(1.14%)·노르웨이(1.11%)·
룩셈부르크(1.02%)와 비교하면 격차가 뚜렷합니다. 다만 최근 흐름은 가파릅니다.
한국의 ODA 예산은 2015년 2조 4천억 원에서 2024년 6조 5천억 원(예산안)으로 9년 만에 약 2.7배 늘었고,
우크라이나 지원에만 5,200억 원(2023년 대비 8배 증가)이 배정됐습니다. 원조 규모가 이렇게 빠르게 커진다는 것은,
곧 그만큼 사업에 참여할 기업· 기관의 자리도 늘어난다는 의미입니다.
그래서, 우리 기업은 어떻게 참여할 수 있나
핵심은 여기서부터입니다. KOICA가 시행하는 사업은 크게 두 갈래입니다.
① 국별협력사업(프로젝트형/개발컨설팅): 최소 300만 달러에서 최대 3,000만 달러 규모로 진행되며, 규모가 큰 만큼
참여 기업 간 입찰경쟁이 치열합니다. 다만 KOICA는 신규 참여를 장려하기 위해 신규참여업체에 가산점을 부여하고 있어,
처음 도전하는 기업도 불리하지만은 않습니다. 평가는 기술제안서 80%+가격 20%의 공개입찰 방식, 또는 기술제안서
사전심사 후 협상하는 수의계약 방식으로 나뉩니다. 사업 유형도 KOICA 자체 기획사업, 타부처제안사업, 지자체제안사업,
국제개발협력사업협의회 사업으로 다양해서, 지자체나 공공기관도 사업기획 단계부터 참여할 길이 열려 있습니다.
입찰 정보는 KOICA 전자조달시스템(nebid.koica.go.kr)에서 상시 확인 가능하며, 매달 첫째 주 목요일에는 온라인으로
공모사업·조달 설명회가 열립니다.
② 글로벌연수사업(연수생초청훈련사업): 2주~6개월의 단기연수부터 2~3년짜리 석박사 학위과정까지 다양하며,
항공료·체재비·강사료·시설임차료 등 일체 비용을 지원받습니다. 연수기관 자격은 해당 분야 전문인력과 시설을
갖춘 대학교·공공기관·연구소·기업·교육기관이면 되고, 선정은 공개경쟁 또는 지명방식으로 이뤄집니다.
ODA는 이제 '원조'가 아니라 '시장'이다
정리하면, ODA는 단순히 가난한 나라를 돕는 시혜적 사업이 아니라 국가 예산이 매년 수천억 원씩 투입되는 거대한
공공조달 시장입니다.
한국의 ODA 예산이 매년 급증하고 있는 지금이야말로, 기업·공공기관·지자체·연구기관 모두에게 새로운 참여 기회가
열리는 시점입니다. KOICA의 신규참여업체 가산점 제도, 매월 열리는 조달 설명회, 지자체 제안사업
트랙까지 — 진입장벽은 생각보다 낮게 설계되어 있습니다. 지금 필요한 것은 "우리도 할 수 있을까"라는
망설임이 아니라, KOICA 전자조달시스템에 접속해 이번 달 발주 계획부터 확인해보는 실행력입니다.











